#운다고달라지는일은아마것도없겠지만
#박준시인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처음 반쯤 읽고 든 생각은
술취한 새벽감성 같은 느낌

술취한 새벽에 감성이 마구 넘칠 때 두서없이 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책을 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겠구나라고 생각했음. 물론 팔린다는 전제 하에.

83년생 서울출생 남자인 시인은 나와 공감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묘하게 마음속 무언가를 두드리는 감성이 있는 것 같음.

다 읽고 난 다음의 느낌은
중간 중간 시와 자기이야기를 두런두런 들려주는 느낌.

인터뷰를 찾아 읽었는데, 첫번째 시집이 성공했지만, 삶을 유지하기 위해 여전히 노동(창비에서 편집자 일을 하고 있다고함)을 해야하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고 함.
이번 산문도 성공했지만, 여전히 달라질 것은 없을 것 같다고 그게 문학을 하는 사람의 길인것 같다고 함.
성공을 해도 부가 뒤따르지 않는 면에서 자연스레 겸손을 유지 할 수 있게되는 것 같다고 함.(맞나?)
편집자와 잘 상의해서 책을 내는 타입이고, 대중적인 시를 쓰고 싶다고함.

p19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p45 관계가 원만할 때는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생각하고 그 사람이 나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한 사람이 부족하면 남은 한 사람이 채우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계가 끝나고 나면 그간 서로 나누었던 마음의 크기와 온도 같은 것을 가늠해보게 된다. 이때 우리는 서운함이나 후회 같은 감정을 앓는다. 특히 서로의 의자와 상관없이 인연의 끝을 맞이한 것이라면 그때 우리는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후회될 만큼 커다란 마음의 통증을 경험하게 된다.

P51 고독과 외로움은 다른 감정 같아.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것일 텐데, 예를 들면 타인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 드는 그 감정이 외로움일 거야. 반면에 고독은 자신과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 같아. 내가 나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 때 우리는 고독해지지. 누구를 만나게 되면 외롭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고독은 내가 나를 만나야 겨우 사라지는 것이겠지. 그러다 다시 금세 고독해지기도 하면서.

P63 사는 게 낮설지? 또 힘들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야.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삶이 나를 가만 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못살게 굴거나 심하게 다그치는 일은 잘 하지 않게 돼.

p93 상대에게 유일한 존재가 되고 싶은 감정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겠으나, 내가 나에게 유일해지고 싶은 감정은 '사랑'이라는 말이 아니라면 부를 방법이 없다.

p101 작은 일은 작은 일로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삼월도 지났다. 누구에게는 작은 일처럼 또 누구에게는 큰일처럼, 사월이 오고 있다.

p141 고등학교 3학년, 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날 아버지는 평소 잘 들어오지 않는 내 방에 들어왔다. 그러고는 나에게 시험을 치르지 말라고 했다. 내일 시험을 보면 대학에 갈 것이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직을 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을 공산이 큰데 얼핏 생각하면 그렇게 사는 것이 정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너무 불행하고 고된 일이라고 했다. 더욱이 가족이생기면 그 불행이 개인을 넘어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번져나가므로 여기에서 그 불행의 끈을 자르자고 했다.

*시인 아버지의 의식의 흐름이 얼토당토 않아서.
 왜 하필 대학인가? 결혼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p148 "제가 잘은 모르지만 한창 힘들 때겠어요. 적어도 저는 그랬거든요. 사랑이든 질로든 경제적 문제든 어느 한 가지쯤은 마음처럼 되지 않았지요. 아니면 모든 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거나, 그런데 나이를 한참 먹다가 생각한 것인데 원래 삶은 마음처럼 되는 것이 아니겠더라고요. 다만 점점 내 마음에 들어가는 것이겠지요. 나이 먹는일 생각보다 괜찮아요. 준이씨도 걱정하지 말고 어서 나이드세요." 충격이었다. 자신의 과거를 후회로 채워둔 사람과 무엇을 이루었든 이루지 못했든 간에 어느 한 시절 후회 없이 살아냈던 사람의 말은 이렇게 달랐다. 

p164 "한번은 미아리 극장에서 <푸른 하늘 은하수>라고 최무룡씨가 나오는 영화를 보러 갔어. 너 최무룡씨 알지? 몰라? 그때 극장들은 로비에 벤처스류의 경음악을 크게 틀어놓았거든. 아, 신나지. 그리고 대형 거울도 있었어. 그때 어디 가정집에서 거울을 들이고 살았냐? 극장이나 가야 거울이 있지. 극장 로비에 앉아 거울을 보는데 구석에 어떤 거지가 앉아 있더라고. 거지도 영화를 보나 하고 생각하면서 다시 보니 그게 내 모습이었어. 그때가 양복점 일하기 전에 창동으로 고물 주우러 다닐 때니까 행색이 말이 아니었지. (울먹이시다 끝내 오열. 겨우 그치고) 그 영화 줄거리가 꼭 내 이야기 같았어. 주인공이 고아인데 나랑 처지가 비슷하더라고. 영화가 끝나고도 집에 갈 때까지 울었어. 당시 홀아비로 살던 네 할아버지가 나보고 왜 우냐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푸른 하늘 은하수> 보고 오는 길이라고 하니, 할아버지는 먼저 그 영화를 봤나봐, 그러더니 나더러 더 울라고.....(다시 오열)"

*시인 아버지의 이야기인데, 웃픈데 귀여우시고
할아버지도 그렇고
집안이 감성적인 듯.

p169 "아프다고 해서 안 해도 되는 일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아"

*우리 부모님들의 삶이 생각나서, 그렇게 살아내셨지.

p180 다만 어떤 글은 누군가에게 잃히지 않아도 쓰이는 일만으로 저마다의 능력과 힘을 가지는 것이라 믿는다. 마치 마음속 소원처럼. 혹은 이를 악물고 하는 다짐처럼.

p184~5 권정생 선생님 유언

앞으로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좀 낭만적으로 죽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도 전에 우리집 개가 죽었을 때 처럼 헐떡헐떢거리다가 숨이 꼴깍 넘어가겠지. 눈을 감은 듯 뜬 듯하고, 입은 멍청하게 반쯤 벌리고. 바보같이 죽을 것이다. 요즘 와서 화를 잘  내는 걸 보니 천사처럼 죽는 것은 글렀다고 본다.
그러나 숨이 지는 대로 화장을 해서 여기저기 뿌려주길 바란다.
유언장치고는 형식도 제대로 못 갖추고 횡설수설했지만 이건 나 권정생이 쓴 것이 분명하다.
죽으면 아픈 것도 슬픈 것도 외로운 것도 끝이다. 웃는 것도 화내는 것도. 그러니 용감하게 죽겠다. 만약에 죽은 뒤 다시 환생을 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25살 때 22살이나 23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 않고 잘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환생했을 때도 세상엔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환생은 생각해봐서 그만둘 수도 있다.
2005년 5월 1일
쓴 사람 권정생

p186 다시 새해가 온다. 내 안의 무수한 마음들에게도 한 살씩 공평하게 나이를 더해주고 싶다.
:

BLOG main image
by 팜츄리

공지사항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602)
시아준수 (52)
상품리뷰 (101)
책리뷰 (271)
민사,신청서류 양식 (3)
기타 뻘글 (23)
음식점 리뷰 (53)
대충레시피 (38)
드라마리뷰 (53)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

달력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