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가욕망을거세한조선을비웃다
#임용한
#역사의아침
#실학사상가

이 책을 읽기 전 까지는 조선이 이렇게까지 가난한지 몰랐다.
[책만읽는바보]에서 이덕무와 그의 벗들의 곤궁함이 묘사돼 있었는데, 난 그들이 서얼신분 탓에 직업이 없어서 가난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이덕무와 그 벗들은 오히려 상위 10% 정도의 형편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은 가난했고, 인센티브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사회의 여러 방면이 발전 할 수 없었던 나라였나 보다.
저자는 조선을 북한과 비슷한 나라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는데, 정말 놀랐다.
그런 와중에 박제가라는 천재는 너무 시대를 앞당겨 이 땅에 왔다.
천재는 공부를 잘하고 머리가 좋은 사람을 일컷는 것이 아니라 시대 보다 앞선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던가.
청에 한 번 갔다 온 그는 모든 것을 꿰뚫어 봤다.
그래서 그는 외로웠다.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저필한 [북학의]는 모두가 조선 것이 최고라고 칭송하는 물품(한지, 활 등) 마저도 낱낱이 비판하고 있다.
조선은 가난을 장려하고, 우리 것이 최고라는 정신승리에 도취되어 세상의 흐름에 뒤쳐진 듯 하다.

저자는 버나드 맨더빌의 꿀벌의 우화를 인용했는데, 아주 명쾌하다.
"사람보다 땅이 많다면 이러한 조건에서 사람들은 얼마든지 미덕을 지니고 전체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얼마든지 살 수 있다. 그러나 예술이나 과학은 갖지 못할 것이며, 이웃나라가 내버려두는 동안에나 조용히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우리나라의 상황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웃나라들이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항상 피해자의 시선으로 세상으로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피해자의 시선에서 벗어나서 한 차원 더 높은 시선을 갖어야 되지 않겠나 생각했다.

그리고 조선의 장이 얼마나 더러운지 묘사한 부분
헉 정말 더럽다.
된장을 만드는 과정이 더럽기 때문이라는 데, 콩을 짓이길때 더러운발로 여럿이 짓밟아서 땀이며 여러가지 더러운 이물질이 섞여 들어가기 일수라고한다.
그래서 장을 먹다가 발톱이나 털이 나오는 것은 예삿일이라고..
박제가는 장을 국영기업에서 만들어 팔자고 제안한다. 
그러면 세수도 확보되고, 소비자들은 깨끗한 장을 먹을 수 있지 않겠냐는 아이디어.

이렇게 박제가는 상업쪽으로 뛰어난 인제였는데, 개혁 군주라는 정조도 한계가 있었던 인물인 듯 하다.
서얼 출신들을 뽑기는 했으나 차별을 두는 직책(검서관)에 머물게 하고 그 직책도 정책을 운영하는 일은 아니어서 박제가는 많이 답답하고 우울했던 듯 함.
박제가도 금전적으로 풍족했더라면  귀향갔을 적에 자신의 이론을 정립한 책을 남겼을텐데 아쉬움.
그 당시 책을 쓰려면 종이를 필요한 만큼 공급 받을 수 있는 재력이 있어야 한다고함.
가난하면 책도 못쓰는지 몰랐음.

p39 타고난 천성이 종이와 펜을 지향했다. 그것이 고통의 진원이었지만, 천성이 그러하니 고통스러워도 그것으로 풀 수 밖에 없었다. 분명 서얼의 삶에는 커다란 장벽이 서 있었고, 이들의 학문이 깊어질수록 그 장벽과 고통은 커져만 갈 뿐이었다.

사람은 타고난 천성으로 고통을 풀어갈 수 밖에 없나보다. 그것이 운명~

p43 시를 준다는 것은 일종의 자기소개서 같은 것인데, 현대인들은 직업이나 학력 등으로 자신을 표현하지만, 옛날에는 시나 작품으로 자기소개를 대신했다.

그래서 주고 받은 시가 많이 남았구나 싶었음. 시에는 인용한 문장 같은 것으로 그 사람의 학문의 깊이를 알 수 있었단다.

p45 자신의 별명을 스스로 '책만 보는 바보'라고 지었듯이 참을성이 강하고, 고통과 한을 안으로 삭히는 성격이었다.

책만보는 바보라는 책의 제목이 이덕무의 별명으로 지은 제목이었다니.

p55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시대에는 웬만한 부잣집도 술과 음식이 한정되어 있어서 먹고 마셔도 취하는 시간이 짧았고, 할 수 있는 놀이라고는 시 짓기, 그림그리기 정도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 덕에 당대의 수재 패거리는 집단 타락을 면하면서 나름 생산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p74 하지만 박제가가 남다른 점은 이 가난과 고통의 원인을 부정부패나 서얼제도에 국한하지 않고, 그 배후에 놓인 조선사회의 본질적 한계를 발견했다는 점이다. 사회의 상류층 인사들마저도 끼니를 건너뛰고, 종이가 없어 책을 쓰지 못하고, 여차하면 여기저기에서 돈을 빌리거나 꾸면서 살아야 하는 나라.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p110 그러나 그렇게 가난 타령을 하는 이들이나 친구들이나 술값을 절약해서 여비를 보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조선시대에는 화학주가 없어 술값이 꽤 비쌌다.)

p160 따지고 보면 고추장도 수입품이다. 고추는 18세기에 우리나라에 비로소 보급되었다. "고추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속설은 수명이 200년 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 "문화의 차이"라는 주장의 뒤에 숨어 있는 실체의 상당수는 그냥 "습관의 저항"에 불과하다.

p191 새파란 젊은이가 고급 승용차를 굴리고, 보석을 휘감고, 수십 억이 넘는 호화주택에 사는 것을 보고 "저 사람은 구가와 민족을 위해 참 훌륭한 일을 한다"고 칭찬하기란 정말 어렵다. 그 젊은이가 자수성가한 그의 부모보다 훨씬 쉽게 돈을 쓰고, 40세가 되기 전에 파산해서 부의 분배와 계급의 순환에 기여할 것이 분명하다고 해도 말이다.

이 지적 너무 재밌다.

p203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쉰다. 우물 파서 마시고, 밭을 갈아 먹으니, 임금의 덕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이 노래의 교훈은 백성들이 등 따습고 배부르게 살 수 있게 해주는 정치, 정치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편안하게 살게 해주는 정치가 가장 훌륭한 정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교훈의 함정이 있다. 현실적으로 이런 사회가 가능하려면 발전도, 욕구도, 추구하는 것도 없어야 한다. 모든 것이 풍족해서 만족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만족하는 것이다.

p227 그런데 동병상련 집단끼리 모이면 공동의 아픔과 문제의식에 매몰되어 다른 사람의 관점이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자꾸 그들과 대립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들이 한풀이 집단으로 보일 것이고 그들의 주장과 논리도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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