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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9.01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나는마흔에생의걸음마를배웠다
#신달자

신달자씨의 에세이+시
자신의 불행했던 삶을 절절히 그려냈음.
에세이에 시가 있으니 맥락이 이해가 가서 시가 더 와 닿는 듯.
남편이 갑자기 지주막하출혈에 걸려 쓰러져 23일동안 혼수상태.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면 씼은 듯이 나을 줄 알았는데 그때부터 고생시작.
에세이에서 차라리 죽는게 나을 병이라고 회고하고 있음.
저자는 부자집 딸로 태어나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에세이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았지만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을 한듯함.
남편을 살리고 재활했던 마음 한켠에는 자존심도 있었다고 고백했음.
남들이 '달자는 결국 저렇게 사는구나'라는 손가락질이 정말 싫어서 이를 악물고 남편의 부활을 위해 헌신했다고 함.
남편은 23일만에 눈뜨고 정신이 좀 이상해지더니 자기만 아는 사람이 되어 저자를 종처럼 부리고 짜증을 내며 종국에는 자살하려고 시도를 거듭하고 폭력까지 행사했음.
그런걸 다 참아내고 재활치료며 병간호며 열심히 하여 남편을 다시 강단에 세웠음.
남편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며 자신이 서야겠다 다짐하고 대학원에 다님.
그 와중에 모시고 살던 시어머니가 허리가 부러짐.
그러고도 10년을 더 사셨다고함.
돌봐야할 아이 셋에 온전치 못한 남편과 병수발 받으며 누워지내는 시어머니까지 모시며 저자는 치열하게 살아냈음
어떻게 보면 죽는게 더 쉬웠을 수도 있는 상황.
이제 남편도 죽고 혼자 살며 외로움을 느끼며 남편의 빈자리를 허전해함. 일상적인 시시한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부재.
이 책을 읽으며 영혼들의 여행이 떠올랐음.
난 그 세계관을 믿기로 했으니까.
저자의 영혼의 성장을 위해 남편이 노력했다고 생각함.
[나는천국을보았다]의 저자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후 자신의 사명을 깨닫고 영혼이 있음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저자의 남편의 사명은 아마 저자의 영혼을 키우는 일이었을지도.
저자가 그냥 평탄하게 살았다면 지금같은 깊은 영혼을 갖은 사람이 되었을까?
저자는 포기하지 않고 어려움을 극복함으로 인해 영혼의 성장이 있었을 것 같음.
그 절절함이 글로 엮여 나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지 않았겠나?

p7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인간에게도 생의 단 한 번은 완전한 주목을 받으며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 있다. 그것은 죽음이다.(중략)
가족이란 때때로 위선의 관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때가 있다. 그러나 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가족이 그 죽음을 지킨다. 그래서 가족보다 더 가까운 관계는 없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하니 그렇더라고.

p11 나는 그 순간 죽음에 대해 명언을 남긴 위인들을 저주했다. 그리고 더러는 그 명언을 인용하며 지식의 빈곤을 채우기라도 한듯이 만족해하는 나와 많은 사람들의 위증에 몸서리쳤다.

p48 물론 그는 내가 들고 있다는 사실에 미안함이 없었다. 당당했다. 남자는 붉은 가방을 들면 탁 죽어버리니까.

p51 그는 개도 좋아했지. 나무와 개를 좋아하는 사람, 얼른 들으면 멋있고 뭔가 예술이 느껴질 것 같은 그런 남자에게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했다. 나무와 개보다 사람을 잘 모르는 인간이라면 그것은 문제가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p53 지금 생각하면 우리는 두 사람 다 같은 존재들이었을 거야. 무서운 것은 이미 우리는 사랑해서 만나 서로를 증오하는 관계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나무와 개를 좋아하면서 아내를 모르고, 모차르트와 그림과 영화를 좋아하면서 남편을 모른다고 생각한 점은 둘이 같을지도 모를 일이야.

p57 아기도 낳아 봐야 해. 아기를 낳아 본 여자, 여자에서 어머니가 된 여자는 이 세상에서 이길 자 없을 거야. 낯선 남자 앞에 가랑이를 있는 대로 벌리고 생명을 내어 놓고 생명을 얻는 여자가 무엇이 두렵겠니? 여자는 그렇게 무너져 봐야 해. 그렇게 부서지고야 사랑을 아는지 모르지.

p218 푸른 하늘 위로
흰 나비가 날아오른다.
생전에 단 한 번도 날아오르지 못한
그 남자가
그의 삶이 뼈까지 으깨어져서야
드디어
광막한 하늘 위로
수천의 나비 떼로
날아오른다.
봐요
당신도 이렇게 날아오르는 때가 오네요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니 어때요
당신이 있던
그 어둡고 춤던 땅
조금은 따뜻하게 보이나요
나비 한 마리 날아오른다
훨훨훨 거칠 것 없는 탁 트인 하늘을
주머니 없는 천사 옷 입고
유유히 날아오른다

p256사람들은 아직 벗어날 방도가 있는데도 너무 일찍 절망하는지 모른다. 인간은 희망에 속는 일보다 절망에 속는 일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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