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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4.19 남아 있는 나날

남아 있는 나날

2018. 4. 19. 11:16

#남아있는나날
#The_Remains_of_the_Day
#가즈오이시구로

이 책을 읽는 후반부까지 이게 무슨 이야기지 싶었음.
끝에 김남주씨가 쓴 작품해설을 읽을까 말까 엄청 고민하게 만든 소설.
줄거리는 충직하게 주인을 섬기는 집사 이야기인데, 그가 35년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섬기던 주인은 세상을 떠나고 새로운 주인 미국의 신흥부자가 영국의 고풍스런 집과 함께 "일괄거래"로 집사까지 구매한 상황.
일괄거래 목록 중 하나였던 집사 스티븐스가 주인공.
스티븐스는 새 주인의 허락으로 생애 처음 일주일간 여행을 떠남.
그 여행의 목적에는 예전 함께 일했던 켄턴양을 이를테면 썸녀를 만나는 것이 포함되어 있음.
그러면서, 스티븐스는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함.
대충 이런 줄거리인데,

스티븐스가 과거를 회상하며 위대한 집사와 그냥 그런 집사를 설명하며 자신은 위대한 집사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라고 자부심 넘쳐함.
위대한 집사란 품위를 잃지 않아야 하는데, 그 품위란 어떤 일을 당해도 당황하지 않고 본연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사람을 일컷는다고 함.
일례로 스티븐스의 아버지가 사망하던 날 스티븐스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자기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였다는 회상을 하며 품위란 그런 것이라고 독자를 설득 시킴.
이 부분에서 대충 스티븐스가 어떤 인물인지 감이 잡힘.(일본 만화에 자주 나오는 집사 같은 느낌)
그리고 달링턴가의 총무로 일했던 켄턴양과 썸 탔지만,   직무상 그녀를 떠나 보냈음.
여기서 직무상 실존과 자기자신의 실존 중 직무상 실존만을 추구했던 주인공의 애잔함이 느껴짐

그리고, 결국 충직하게 모셨던 옛주인 달링턴 경은 나치에 동조했다는 불명예를 안고 세상을 떠남.
그래서 그런지 스티븐스는 전 주인과 엮이는 것을 극히 꺼려함.
옳지못한 일을 했던 주인과 동일시 되기 싫어하는 것을 자기 자신 내부에서도 미약하게나마 알고 있는 듯함.
그러면서도 달링턴 경이 나치와 가담할 때 행했던 달링턴경에 대한 충성을 회상하며 품위란 그런 것이라고 자기변호를 하고 있음.
그러나 성실하게 자기 직무를 수행했다고 해서 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은 아님.

김남주씨의 작품해설을 발췌하면
 306p"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에 관한 보고서'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성실하게 일상을 반복함으로써 악을 돕고 악에 이용당하는 범인들의 삶, 그 소름끼치는 관성의 폐해에 대해 말한다. 600만여 명의 유대인을 가스실로 보내는 데 앞장선 전범 아이히만은 도착적이고 가학적인 성향을 지닌 괴물이 아니라 명령에 복종하고 근면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스티븐스가 이대한 집사였다면, 아이히만은 좋은 아버지, 자상한 남편, 성실한 직업인이었다."

주인공이 달링턴경에게 행했던 헌신이 안쓰러운 헛수고쯤으로 여겨지기때문에 자기변호를 하고, 위대한 집사의 자질에 대해 집착적으로 이야기 하는지도 모르겠음.

고대했던 켄턴양과 재회 후, 여행을 마무리 지으며 돌아오는 배 위에서 주인공은 아름다운 석양을 누리는 대신 할일을 생각한다.
얼마남지 않은 인생을 위대한 집사인 자신에게 유일하게 부족한  농담과 유머의 기술을 발전시켜 새 주인과의 관계를 더 잘 이끌어 보겠다는 다짐이 그것이다.

여기서 켄턴양은 지난날의 사랑때문에 방황도 했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겠다고 다짐하고,
스티븐스는 농담과 유머를 익히겠다고 다짐함.
김남주씨의 평을 빌리자면, 그가 삶 전체를 회상한 후에 내린 결론 치고는 정곡을 벗어나 있어서 애잔하고 안타깝다고 느껴짐.

308p "하지만 여행 여섯째 날 저녁 바닷가 마을 웨이머스에서 석양 앞에 앉은 스티븐스는 그 좋은 저녁을 누리는 대신 할 일을 생각한다.
자신에게 부족한 농담과 유머의 기술을 발전시켜 새 주인과의 관계를 더 잘 이끌어가 보려는 것이다. 실제로 스티븐스는 여러 차례 위대한 집사로서의 자신의 자질에 거의 유일한 단점인 부족한 농담실력에 대해 일화와 함께 언급하고 있다. 그가 주인의 부탁을 받고 자연의 이치를 깨쳐 주려 했던 젊은 카디널에게 오히려 통렬한 지적을 당하는 부분에서 독자는, 스티븐스에게 부족했던 것은 농담 실력이나 유머 감각이 아니라 사태 인식 능력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309p "무수한 매듭 끝에 도달한 스티븐스의 이런 궤도 수정은 그의 삶 만큼이나 정곡을 벗어나 있고, 하루의 끝 무렵에 삶 전체를 돌아보고 도달한 결론치고는 미흡하고 안쓰럽다."

*이 책 읽고 느낀 점
성실함도 죄가 될수 있구나.
고위공직자 최측근 비서가 느낄 감정 같음.
난 나의 직무를 성실히 완벽하게 해냈다.
그런 어려운 문제는 저 윗분들이나 토론하는 것이지, 나는 내가 맡은 직무만 성실히 수행하면 된다.
이런 마인드를 갖은 비서들이 얼마나 효용성 있었겠는가 저 윗분들에게는.
젊은 카디널경에게 잘못된 일에 가담하고 있다는 충고를 들었음에도 주인공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 직무를 완벽히 하는데만 집중할 뿐이다.
그런데, 주인공이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자기합리화 하는 것을 보면 은연 중 자기가 잘못했음을 느끼고는 있는듯.
어쨌던 나도 주인공이었다면, 내부고발자가 될 수 있을까 의문스럽긴 함.
자기 목소리를 냈던 젊은 카디널 경은 전쟁에서 전사했다고함.
이것도 시사하는 바가 있는게, 우리 사회의 변혁을 위해 목소리를 냈던 사람들은 일찍 죽었음.
한 자리 차지한 사람들은 대부분 충직한 기회주의자들인 듯.
그래서 사회가 아주 천천히 변하는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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