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뭐라고

2018. 6. 29. 11:09

2018-65

#사는게뭐라고
#사노요코

냉소적이고 염세적이면서 또 뜨겁고 감성적인 면이 뒤섞인 글이란 말이 딱.
불쾌하면서도 유쾌하고, 음울하면서 통쾌하다는 소감도 딱 맞는 책.
전에 읽었던 '죽는게 뭐라고'도 그런 느낌이었는데, 사노요코씨의 특징인가?
책에서 저자는 [일본인의 노후]라는 책에 나오는, 완벽한 삶을 살아낸(긍정적이고 앓는 소리를 하지 않는 훌륭한 사람들)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서 우울해졌다고 했는데, 완벽한 사람들의 삶이란 우리내 보통 인간들이 공감하기란 힘든 것 같음
반면, 이 책을 읽고나면 이렇게 좀 스럽고 변덕스러우며 게으르고 특이하게 노후를 보내도 되는구나 즐겁다 싶은 생각이 듬.

저자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나오는 길에 재규어를 뽑아 버림.
그 재규어를 막 몰아서 상처투성이로 만들고 비둘기들이 똥을 본넷 위에 항상 싸놓는 이야기도 우울하면서 위트 있었음.
가장 비참한 것 속에 익살이 숨어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아, 이 말 보고 빅터플랭클 책이 생각났다.
"바닥 부터 퍼 주세요"
이건 이 책을 읽은 사람만 알겠지..ㅋ
 
"인생이란 이렇게 하찮은 일이 쌓여가는 것일까?"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래 그러고보니 우리 인생은 하찮고 좀스러운 일상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
꽃 한 송이의 생명조차 이해할 수 없다.
다만 아는 것이라고는 나 자신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죽는다는 사실이다.

p14 역사상 최초의 장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에게는 생활의 롤모델이 없다.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거리며 어떻게 아침밥을 먹을지 스스로 모색해나가야 한다. 저마다 각자의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p45 내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 지나치게 많지만 사사코 씨에게는 아무래도 좋지 않은 일이 지나치게 많다.

p47 "사사코 아주머닌 제가 어린데 요리를 안 도와드려서 일부러 그러시는 거 아닐까요?" 신경쓰지 마. 완벽한 인간은 없는걸.

p193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도 30대 시절이 있었구나, 하지만 그 당시에는 자각하지 못했구나. 그때는 무아몽중이었다. 무아몽중이라니 어떤 느낌인지도 잊었다. 인생은 짧으니 사랑하라 아가씨여.

p194 "나는 '날 도대체 왜 낳았어?' 라는 말도 들었어. 중학생이나 할 법한 소리잖아. 정말로 화가 나. "있잖아, 인생이란 이렇게 하찮은 일이 쌓여가는 것일까?"
:

죽는 게 뭐라고

2018. 5. 14. 23:53


#죽는게뭐라고
#사노요코
#시크한_독거_작가의_죽음_철학

[100만 번 산 고양이]라고 아이들 그림책이 있다.
그 책을 읽고 이게 뭐지?
애들 책인데 깊다 싶었는데, 그 책이 사노요코씨 책이었다.
그 책에서도 고양이는 자신의 죽음에 시크했었다. 그러나 사랑하는 고양이의 죽음에는 시크하지 못했다. 사랑하는 고양이가 죽자 다시는 태어나지 않았다.
이 책에서 사노요코씨는 죽음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그래서 말버릇 처럼 정해진 날 보다 오래 살아 버리면 큰일이라고 했다. 돈을 다 써 버렸기 때문이라고.
죽음도 이렇게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가 있구나 싶었다.
미쳐버리면 주변에 사람이 싹 사라지지만, 죽음을 선고 받고 나면 사람들이 잘해준다고, 정신병보다 죽을 병이 낫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책은 죽어가는 자신을 관찰한 수기이다.
죽음은 누구에게 배울 수 없는 누구나 처음 겪는 일이므로 관찰일지를 쓰고 죽고 싶다는 생각은 작가의 죽음 답기도하고 그런 영역까지 상업화 해버리는 건가 싶어 일본인 스럽기도 하고 그런 느낌이었다.

어쨌던 누구에겐가 경험담을 듣고 배울 수 있다면 좀 더 죽음을 대하는 마음이 평온할 것 같다는 생각을 책을 읽으면서 했다.

사람은 죽기 전 까지는 살아있다. 죽음을 선고 받았다고 해서 죽은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 같다.

p20 사실 근본이 가난뱅이인 나는 물욕이없다.
식욕도 없다.
성욕도 없다.
더 이상 물건이 늘어나도 곤란하다.
이제 남자도 지긋지긋하다. 나이 일흔에 남자가 지긋지긋하다고 말하면 비웃음을 사겠지. 앞으로 남자를 사귈 수나 있나? 아뇨. 못 사귑니다만.

p52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가운데서 어떻게 인간의 품격을 지켜나가야 할지,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모모 언니의 세대도 머지않아 사라질 테지.
가난해도 좋다. 나는 품격과 긍지를 지닌 채 죽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p56집에 있을 때는 민머리를 드러내놓고 다녔다. 민둥산이 된 이후에야 내 두상이 예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119 저도 죽음에 다가서고 있고, 이게 첫 경험이니 자세히 관찰하고 싶어요.

p176그러나 지금 내 눈에 비친 산의 단풍은 어딘가 이상했다. 고흐의 그림 속 빛나는 터치는 그가 창조해낸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의 눈에 보였던 광경이 아닌가. 정신병으로 세상을 뜬 고흐는 죽음의 곁에 있었기 때문에 세상이 그처럼 불타듯 보였던 게 아닌가.

p199 자신의 죽음에는 초연하지만 흰 고양이의 죽음에는 100만번이나 울 정도의 슬픔을 느끼는 호랑무늬 고양이는 사노 요코와 무척 닮았다. 타자에게 애정을 양껏 쏟아부은 뒤 다시는 태어나지 않은 그 고양이처럼, 어쩌면 사노요코 또한 전 생애에 걸쳐 그녀가 가진 사랑을 모조리 쏟아부었기에 생에 대한 미련 없이 초연히 떠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 책의 서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죽은 사람이다"로 시작되니, 그녀에게 자신의 죽음은 '이별'이 아닌 '재회'로 다가왔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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