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2019. 4. 18. 08:24

#연인
#마르그리트뒤라스
#김인환
#민음사

어릴때 야하다고 소문난 영화로 기억하고 있음.
15살 반의 어린소녀(프랑스)가 우리나라 나이로는 17~18세 정도겠지만, 12살 연상의 중국인 부자와 육체관계에 탐닉하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겠음.
그렇지만, 묘하게 읽고 있으면 그 소녀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음. 작품해설에서 주인공과 동일시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더니 진짜 그런 느낌을 받았음.
내 딸이 주인공처럼 행동한다면 기함할 노릇이겠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뭐가 그렇게 큰 일일까 싶기도함.
오히려 그런 슬픈 어린시절과 억압이 뒤라스라는 작가를 만들었지 않나 생각함.
평탄하게 사랑만 받으며 지지받고 자랐다면, 다른 풍의 작가가 되었겠지 싶음.
40세 연하 애인의 품에서 숨을 거뒀다는데, 이 작가의 끝도 남다르구나 했음.

p57 나는 항상 얼마나 슬펐던가. 내가 아주 꼬마였을 때 찍은 사진에서도 나는 그런 슬픔을 알아볼 수 있다. 오늘의 이 슬픔도 내가 항상 지니고 있던 것과 같은 것임을 느꼈기 때문에 , 너무나도 나와 닮아 있기 때문에 나는 슬픔이 바로 내 이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나는 그에게 말한다. 이 슬픔이 내 연인이라고, 어머니가 사막과도 같은 그녀의 삶 속에서 울부짖을 때부터 그녀가 항상 나에게 예고해 준 그 불행 속에 떨고 마는 내 연인이라고.

p115 어찌나 수정을 심하게 했던지, 노인들의 얼굴에 그나마 남아 있던 특성들마저 희미해져 버린 것이다. 그 얼굴들은 죄다 똑같이, 부자연스럽게, 영원을 직시하고 있었다. 그들 본래의 얼굴이 지워지고 똑같이 젊게 변모된 얼굴이었다. 이렇듯 개성이라곤 없는 비슷비슷한 얼굴로, 그들은 가족 사이에 존재했었다는 기억으로 남게 된다. 이런 얼굴 사진이 그들의 개성과 실재성을 증명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서로 더 많이 닮으면 닮을수록, 같은 핏줄이라는 사실이 더 명백해진다고 여기는가 보았다.
(중략) 붉은 원피스 차림의 사진에 나타난 어머니의 모습은 바로 그 원주민들과 다름없어 보인다. 어떤이는 고상하다고 말할 것이고, 또 다른 이들은 특징이 없거나 겸손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p142 독자는 뒤라스의 작품을 통해 작가의 과거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뒤라스의 진정한 매력은 독자 자신이 과거에 느꼈던 섬세한 감정들을 되살려 준다는 데 있다. 그녀의 문장들은 독자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현장감을 주는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독자 자신과 주인공을 동일시하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뒤라스는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며 과거를 기록하지 않고, 과거에 느꼈던 감정을 마치 지금 느끼고 있는 것처럼 기술하며 작품을 이끌어간다.

p146~147 열다섯 나이에 중국인 남자와 섹스 행각을 벌이는 주인공 소녀 역시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물론 섹스만이 정신분석의 대상임을 가늠하는 기준은 아닐 것이다. 억압 구조가 있고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외곬의 길로 빠지면 우리는 정신분석학적인 관점에서 고찰할 수 있게 된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뒤라스의 가족은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병사한 작은오빠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느리게 걷는 즐거움

2019. 4. 14. 07:55

#느리게걷는즐거움
#다비드르브르통
#문신원

"걷기는 가장 우아하게 시간을 잃는 법이다."

그렇게 우아하지만은 않은것 같다.
어제 11,000보 걸었는데, 우아했어야 했다.
아무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ㅋㅋ

p36걸을 때 중요한 것은 도착 지점이 아니라 걷는 매 순간 일어나는 일, 느낌, 만남, 내면성, 유용성, 한적하게 거니는 기쁨 등 그저 존재한다는 기쁨과 그 기쁨을 느낀다는 사실아다.

그저 존재한다는 기쁨,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기뻐해 주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으니 이 말이 와닿았던 것 같다.

p59 걷기는 단순히 공간에서만 이루어지지 않고 시간도 동원되는 행위이다. 하루의 일들과 습관들로 특징 지어지는 일상의 시간이 아니라 기지개를 펴고 빈둥대며 시간표에 얽매이지 않는 시간이다. 내면의 시간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어린 시절 혹은 자기반성에 걸맞은 삶의 순간으로 돌아가기, 길을 따라가면서 지나온 삶의 모습들이 하나씩 떠오르는 회상의 순간인 걱디는 시간이 멈춘 듯한 행복한 느낌을 자아내며 길에서 마주치는 사건들에 즉흥적으로 빠져들 수 있는 가능성을 준다. 길을 걷는 사람은 자기 시간의 유일한 주인이다.

산책을 할때도 이런 마음으로 하면 자존감이 올라갈 것 같음.

p62 걷기는 빠름, 수익성, 효율성이라는 절대적인 필요성을 피할 뿐만 아니라 하등의 관계도 없다. 걷기는 시간을 버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우아하게 잃는 일이다.(중략) 그런 점에서 걷기는 20년대 포드 공장에서 단 한순간이라도 노동자들이 일을 멈추는 꼴을 용납할 수 없었던 테일러가 했던 끔찍한 말 "빈둥대기와의 전쟁"을 법으로 삼는 사회에서는 근본적인 보복이다.

p78 끔찍한 밤을 보낸 그 다음 날 시몬은 바위 위에서 뛰노는 들꿩 무리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제야 "대상 없는 최악의 두려움"때문에 초췌해졌던 간밤 이후로 비로소 마음이 놓이면서 세상과 화해하고 받아들인다.

걷기예찬이라서 집앞 마실 정도를 상상하며 읽었는데, 그런 우아한 마실이 아니라 몇백키로미터를 걷는 빡센 여정에 관한 것이었다.
그렇게 걷고도 우아하기란 쉽지 않을 터
그렇게 걷고 그 깨달음을 우아한 필치로  남겨 우아함의 극치를 이루는 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와일드"책도 생각났다.
걷기 덕후가 그 콘텐츠 만으로 책도 낼 수 있고, 뭘 하던 자기만의 철학이 있어야 하는건가 생각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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