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2019. 4. 18. 08:24

#연인
#마르그리트뒤라스
#김인환
#민음사

어릴때 야하다고 소문난 영화로 기억하고 있음.
15살 반의 어린소녀(프랑스)가 우리나라 나이로는 17~18세 정도겠지만, 12살 연상의 중국인 부자와 육체관계에 탐닉하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겠음.
그렇지만, 묘하게 읽고 있으면 그 소녀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음. 작품해설에서 주인공과 동일시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더니 진짜 그런 느낌을 받았음.
내 딸이 주인공처럼 행동한다면 기함할 노릇이겠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뭐가 그렇게 큰 일일까 싶기도함.
오히려 그런 슬픈 어린시절과 억압이 뒤라스라는 작가를 만들었지 않나 생각함.
평탄하게 사랑만 받으며 지지받고 자랐다면, 다른 풍의 작가가 되었겠지 싶음.
40세 연하 애인의 품에서 숨을 거뒀다는데, 이 작가의 끝도 남다르구나 했음.

p57 나는 항상 얼마나 슬펐던가. 내가 아주 꼬마였을 때 찍은 사진에서도 나는 그런 슬픔을 알아볼 수 있다. 오늘의 이 슬픔도 내가 항상 지니고 있던 것과 같은 것임을 느꼈기 때문에 , 너무나도 나와 닮아 있기 때문에 나는 슬픔이 바로 내 이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나는 그에게 말한다. 이 슬픔이 내 연인이라고, 어머니가 사막과도 같은 그녀의 삶 속에서 울부짖을 때부터 그녀가 항상 나에게 예고해 준 그 불행 속에 떨고 마는 내 연인이라고.

p115 어찌나 수정을 심하게 했던지, 노인들의 얼굴에 그나마 남아 있던 특성들마저 희미해져 버린 것이다. 그 얼굴들은 죄다 똑같이, 부자연스럽게, 영원을 직시하고 있었다. 그들 본래의 얼굴이 지워지고 똑같이 젊게 변모된 얼굴이었다. 이렇듯 개성이라곤 없는 비슷비슷한 얼굴로, 그들은 가족 사이에 존재했었다는 기억으로 남게 된다. 이런 얼굴 사진이 그들의 개성과 실재성을 증명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서로 더 많이 닮으면 닮을수록, 같은 핏줄이라는 사실이 더 명백해진다고 여기는가 보았다.
(중략) 붉은 원피스 차림의 사진에 나타난 어머니의 모습은 바로 그 원주민들과 다름없어 보인다. 어떤이는 고상하다고 말할 것이고, 또 다른 이들은 특징이 없거나 겸손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p142 독자는 뒤라스의 작품을 통해 작가의 과거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뒤라스의 진정한 매력은 독자 자신이 과거에 느꼈던 섬세한 감정들을 되살려 준다는 데 있다. 그녀의 문장들은 독자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현장감을 주는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독자 자신과 주인공을 동일시하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뒤라스는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며 과거를 기록하지 않고, 과거에 느꼈던 감정을 마치 지금 느끼고 있는 것처럼 기술하며 작품을 이끌어간다.

p146~147 열다섯 나이에 중국인 남자와 섹스 행각을 벌이는 주인공 소녀 역시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물론 섹스만이 정신분석의 대상임을 가늠하는 기준은 아닐 것이다. 억압 구조가 있고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외곬의 길로 빠지면 우리는 정신분석학적인 관점에서 고찰할 수 있게 된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뒤라스의 가족은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병사한 작은오빠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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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는 즐거움

2019. 4. 14. 07:55

#느리게걷는즐거움
#다비드르브르통
#문신원

"걷기는 가장 우아하게 시간을 잃는 법이다."

그렇게 우아하지만은 않은것 같다.
어제 11,000보 걸었는데, 우아했어야 했다.
아무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ㅋㅋ

p36걸을 때 중요한 것은 도착 지점이 아니라 걷는 매 순간 일어나는 일, 느낌, 만남, 내면성, 유용성, 한적하게 거니는 기쁨 등 그저 존재한다는 기쁨과 그 기쁨을 느낀다는 사실아다.

그저 존재한다는 기쁨,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기뻐해 주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으니 이 말이 와닿았던 것 같다.

p59 걷기는 단순히 공간에서만 이루어지지 않고 시간도 동원되는 행위이다. 하루의 일들과 습관들로 특징 지어지는 일상의 시간이 아니라 기지개를 펴고 빈둥대며 시간표에 얽매이지 않는 시간이다. 내면의 시간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어린 시절 혹은 자기반성에 걸맞은 삶의 순간으로 돌아가기, 길을 따라가면서 지나온 삶의 모습들이 하나씩 떠오르는 회상의 순간인 걱디는 시간이 멈춘 듯한 행복한 느낌을 자아내며 길에서 마주치는 사건들에 즉흥적으로 빠져들 수 있는 가능성을 준다. 길을 걷는 사람은 자기 시간의 유일한 주인이다.

산책을 할때도 이런 마음으로 하면 자존감이 올라갈 것 같음.

p62 걷기는 빠름, 수익성, 효율성이라는 절대적인 필요성을 피할 뿐만 아니라 하등의 관계도 없다. 걷기는 시간을 버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우아하게 잃는 일이다.(중략) 그런 점에서 걷기는 20년대 포드 공장에서 단 한순간이라도 노동자들이 일을 멈추는 꼴을 용납할 수 없었던 테일러가 했던 끔찍한 말 "빈둥대기와의 전쟁"을 법으로 삼는 사회에서는 근본적인 보복이다.

p78 끔찍한 밤을 보낸 그 다음 날 시몬은 바위 위에서 뛰노는 들꿩 무리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제야 "대상 없는 최악의 두려움"때문에 초췌해졌던 간밤 이후로 비로소 마음이 놓이면서 세상과 화해하고 받아들인다.

걷기예찬이라서 집앞 마실 정도를 상상하며 읽었는데, 그런 우아한 마실이 아니라 몇백키로미터를 걷는 빡센 여정에 관한 것이었다.
그렇게 걷고도 우아하기란 쉽지 않을 터
그렇게 걷고 그 깨달음을 우아한 필치로  남겨 우아함의 극치를 이루는 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와일드"책도 생각났다.
걷기 덕후가 그 콘텐츠 만으로 책도 낼 수 있고, 뭘 하던 자기만의 철학이 있어야 하는건가 생각했음.
:

그리움을 위하여

2019. 3. 29. 16:26

#그리움을위하여
#박완서소설
#문학동네

박완서작가는 시대의 증인이 되고 싶은 욕구로 글을 쓴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소설이 전부 그 세대들이면 공감할 만한 내용이었음.
소설적 진실과 체험적 진실의 경계가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더니, 나도 이 책을 읽고 그런 체험을 한 것 같음.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기막힌 이야기 들어볼래? 로 시작해서 돌아가며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자리에 나도 함께한 것 같은 기분.
이제 그 세대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이해력의 확장을 느낀듯 만듯 그런 소설.

p6. 촌천살인도 살인이잖니?

p43 상전의식이란 충복을 갈망하게 돼 있다. 예전부터 상전들의 심보란, 종에게 아무리 최고의 인간 대접을 한다고 해도 일단 자신의 거룩한 혈통이 위태로워졌을 때면 종이 기꺼이 제 새끼하고 바꿔치기해주길 바라는 잔인무도한 것이 아니던가.

p77 우리는 그때 플라토닉의 맹목적 신도였다. 우리가 신봉한 플라토닉은 실은 임신의 공포일 따름인 것을.

p79 나는 마지못해 자리를 떴다. 쌍쌍이 붙어 앉아 서로를 진하게 애무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늙은이 하나가 들어가든 나가든 아랑곳 없으련만 나는 마치 그들이 그 옛날의 내 외설스러운 순결주의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뒤꼭지가 머쓱했다.

p82 유럽어의 철자법으로는 전혀 별 개의 카타리나인지도 모르지만 조수미의 목소리로 그 노래를 듣고 있으면 카타리나는 이국땅의 이름도 14세기의 성녀 이름도 아닌 그 여자가 경험해보지 못한 삶의 몽롱한 비밀이 스며 있는 이름이 되었다.

p118 흔해빠진 것과의 긴장감을 게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도 언니들은 있어야 했다. 아무리 없는 것 없이 살면 무엇하나. 그걸 보고 대견해하거나 샘을 낼 부모 형제가 없는데.
:

#부모의말이바뀌면자녀의인생이바뀐다
#아나운서원기범
#바이펍

성경에 대한 이야긴줄 알았음.
성경구절을 많이 인용했음.
배움이 됐던 몇가지를 적자면,
여자와 남자의 가장 크게 대별되는 특징이 여자는 관계를 확인하는 대화를 하고 남자는 상하를 확인하는 대화를 한다는 점.
여자의 대화가 대부분 침목 목적인데 반해 남자의 대화는 상하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대화라는 것.
그래서 아내는 동등한 입장에서 한 말도 남편은 자기를 아래에 두려고 한다고 생각해서 방어적으로 나온다고 함.
그래서 여자는 공감해 달라고 한 말에 남자는 해결책을 제시하게 된다고 함.
대화가 산으로 가지 않게 하려면, 이런부분을 잘 캐치해야 겠음.
그리고 또 한가지는
메타언어를 직접 말로 하라고 함.
예를 들어 "넌 왜 이렇게 맨날 늦게 일어나니? 이게 다 사랑해서 하는 소리야. 남이 이런말 해주디?" 라고 말할 때 학교에 늦을까봐 걱정되서 하는 소린데 잔소리로 들릴 수 있고, 아이들이 엄마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
그럴때는 원래 그 말을 했던 목적을 직접 말로 하면 된다고함.
늦게 일어나서 학교에 늦을까봐 걱정 돼.
이것도 연습 많이해야 잘할 수 있을 것 같음.
마지막 또 하나는 웃어른도 칭찬해 줘야 한다는 점.
웃어른을 칭찬할 때는 평가하는 말을 쓰면 역효과라고함.
예를 들면 "이런 귀한 말씀 해주셔서 저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라는 식으로 상대를 높이면서 칭찬하면 좋다고 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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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2019. 3. 22. 20:45

#도련님
#나쓰메소세키

100년 전 쓰여졌다고 믿겨지지 않게 현재 읽어도 재밌음.
'고양이로소이다'와 비슷한 문체.
작가가 선생님을 하던 시절 겪었던 일을 소재로 소설을 썼다고 함.
작품 속에 무언가 깊은 철학이나 사상을 담고 있는 것 같진 않음.
그러나 100년전에 선구적인 소설을 썼기 때문에 유명한 것 같음.
최초는 위대한 것.
내용보다는 최초인 것에 가치가 매겨진 것 같은 소설.
:

변신

2019. 3. 22. 20:32

#변신
#프란츠카프카
#전영애
#민음사

주인공 그레고르는 어느날 아침 깨어났을때 혐오스러운 벌레로 변신해 있다.
어떤 벌레라는 이름은 안나오지만 여러 묘사를 봤을 때 바퀴벌레인 것 같다.
그 혐오스러움은 가족도 극복하지 못한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 지고 있던 사람이지만, 한 순간에 쓸모없고 혐오스러운 존재로 전락한다.
그가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것을 기대하던 가족들은 몇달 후에도 여전히 벌레인 것을 보고, 그가 죽자 해방감을 느끼며 행복해 한다.
벌레로 변신 후 철저히 혼자된 외로움을 느끼는 주인공에서 여러가지를 느꼈다.
그 중 하나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족 구성원들은 그 존재만으로 사랑받는가 라는 것이다.
쓸모 없어지면, 예를들면 무능력해 지거나 병이 들거나 정신이 나가거나 탈선하거나 범죄자가 되거나 한다면, 가장 가까운 부모님 조차도 존재만으로 사랑해 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가족이 어느새 서로 요구하는 관계로 변질 됐다던데, 그런 것을 시사하는 것 같기도...
:

생각의 좌표

2019. 3. 22. 20:13

#생각의좌표
#홍세화
#한겨레출판

자기 생각을 없애는 교육을 받는 제도교육에 대한 비판이 가장 기억에 남는 책.


p24 "사람은 그 때까지 읽은 책이다."라는 말이 있다.

p25 특히 한국처럼 제도교육이 민주화되지 않은 사회에서는 스스로 책을 읽지 않을 때 필연적으로 지배세력이 요구한 것만으로 채우게 된다.

p34 우리 학생들은 가령 '사형제는 폐지되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자신의 생각과 그 생각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펼치도록 요구받지 않는다. 대신에 이런 따위의 질문만 받는다.
다음 나라들 중에서 실질적으로 사형제가 폐지된 나라는? 1)미국 2)중국 3)일본 4)러시아 5)한국

p60 자유의 반대말은 '억압'이다. 하지만 안보와 질서 이데올로기에 세뇌된 한국사회구성원들에게 자유의 반대는 '억압'이 아니라 '무질서'나 '불안'이다. 노동자들의 파업 소식을 들은 사회구성원들의 반응은 '왜 파업을 일으켰을까?'라는 물음이 아니다. '파업=무질서=불안' 이라는 정해진 등식에 따라 '웬 파업이야!'라는 반대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파업에 대한 공권력의 억압에 자발적으로 동의한다.

p64 '대통령을 뽑는 것' 으로 공화국이 완성된 양 집단 착각에 빠져 있다. 주체도 없고 목표도 없고, 다만 '법의 권위가 지배하는 국가'의 개념만 남아 있다. 그것도 실상은 '법의 권위'가 아닌 '힘과 돈'이 지배하는 국가로.

p66 어렵사리 개천 출신이 용이 된다 하더라도 그는 이미 개천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 애당초 개천 출신은 지배계급의 충실한 '마름'이 된다는 조건에서만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p70 부부사이나, 부모자식 사이에 말을  주고받긴 하지만 그 내용은 인간과 사회에 관한 견해를 나누기 위한 게 아니라 무엇인가 요구하기 위해서다.
부모는 자식에게 공부나 잘하라고 요구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돈이나 달라고 요구하는 관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처럼 가정에서 요구를 주고받는 관계는 학교와 직장에서 명령과 지시를 내리고 받는 관계로 바뀐다. 어디에서도 수평적 관계의 대화와 토론은 없다.

p72의식화나 계몽 대신 나는 '탈의식'을 주문한다. 지배세력에 의해 주입되고 세뇌된 의식을 벗고 발가벗은 존재가 되자는 것이다.

p80 진보적 의식이 '성숙'의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게 아니라 기존에 형성되었던 의식의 '반전'을 통해 형성되면서 갖게 된 한계다. 지배세력이 주입한 의식 중 일부만 벗어냈을 뿐 다양한 사회문제에 관해 진보적 의식과 감수성을 형성하지 못했음에도 이미 '태양의 진리'를 획득한 양 자만에 빠지기도 한다.

p82 그런데도 대중과 유리된 진보의식은 사회 모순을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조급증으로 권력집착증을 낳기도 한다.

p90 한겨레를 읽지 않고도 한겨레애 대한 그들의 부정적 견해는 견고하다. 알지 못한 채 알고 있다고 굳게 믿는 것

p125 이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이란 결국 기존 체제가 요구하는 마름이나 머슴이 되는 능력에 지나지 않음을 간파하더라도, 이 보잘것없는 사회와 맞서 싸우려면 이 사회가 강제한 경쟁 게임에서 능력을 인정 받아야만 그 길이 열린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p136 다수자들은 자기 돌아봄도 부족하고 역지사지도 어렵다. 소수자에겐 자기성숙의 긴장이 살아 있지만 다수자는 다수파에 안주함으로써 자기성숙의 긴장을 놓치기 쉽다.

p164귀족은 스스로 의무를 지지 않았다. 스스로 의무를 지지 않으면 지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지배하기 위해 의무를 가져왔을 뿐이다.

p168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부유층과 지배층은 본디 뻔뻔하게 태어났나? 그렇지는 않다. 연대를 하지 않아도,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어도 지배할 수 있으니 계속 뻔뻔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눈이 없어 견제력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p172 무상교육이 실현된 나라의 구성원들이 형성한 교육자본에는 '나의 것'인 동시에 아주 일부분이라도 '사회의 몫'이 들었다. 중략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자격을 획득한 사람은 나고, 공교육비뿐만 아니라 사교육비를 처들였기 때문에 나의 교육자본은 철저하게 내 것이다.

p173 교육자본을 통하여 사회경제적으로 높은 자리에 오른 엘리트층에게서 특권의식만 발견될 뿐 사회적 책무의식이나 사회환원 의식을 발견하기 어렵다.

p192 " 괴물은 없지 않다. 그렇지만 진정으로 위험한 존재가 되기에는 그 수가 너무 적다.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의문을 품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믿고 행동하는 기계적인 인간들 말이다." -프리모 레비

p197 사람들은 이따금 천박한 자본주의를 말하고 사회의 천박함을 말한다. 마치 천박한 자본주의나 천박함이 자기와 무관하다고 주장하려는 듯. 하지만 그것은 이미 한국사회의 기본 체질이 된 듯 하다.

p223 만약 그대가 진정한 자유인이 되려고 한다면 죽는 순간까지 자기성숙의 긴장을 놓지 않아야 한다.

p227 물신에 몸을 내맡긴 삶이 몸만 편한 게 아니라 마음까지 편하다는 점을 차차 알게 되었을까. 학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억울한 죽음을 신원하는 것이 인간성 회복의 전제조건이 된다는 점조차 외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p238인간에게는 나를 나이게 만드는 어떤 것이 있나 보다. 그렇게 살지 않을 때 죽음과도 같은 생존만이 남는다는  그 어떤 것 말이다.
:

페스트

2019. 3. 16. 11:42

#페스트
#알베르카뮈
#김화영
#민음사

페스트를 읽는 내내 전쟁을 빗댄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는데, 작품해설 보니 페스트 집필 당시 전쟁 중이었고, 작가 거주하던 곳이 일시적으로 폐쇄 당해서 사랑하는 부인을 2년동안 만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함.
소설 속에서 페스트가 퍼진 도시는 폐쇄 당함.
시 안에 갖힌 사람들이 뜻하지 않는 이별을 겪으며 느끼는 심리상태가 잘 서술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작가가 직접 겪었기 때문인 듯.
페스트가 맹위를 떨칠 무렵 시민들은 계속되는 죽음에 감정이 매말라가고 그런 비정상이 일상이 되가는 모습을 생생히 묘사하고 있는데, 빅터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떠올랐음.
소설 인물 중 서술자인 리유는 의사이지만, 페스트에 대해 아무것도 모름.
그렇지만 자신의 맡은바 소임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음.
우리가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사실은 우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음.
페스트를 이용해 설교를 하던 신부도 결국은 페스트에 의해 죽게 됨. 신부도 결국 일반인과 다를 것없는 무지한 사람이었음.
종교는 이런 시국을 이용한다는 구절도 와 닿았음.
이 소설에서 주로 등장하는 4명이 결국 한명에서 분화한 느낌이 들었는데, 작품해설에 그 비슷한 설명이 나와서 재밌었음.

p73의사들은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마침내 리샤르가 말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마치 그 병이 페스트인 것처럼 대응하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 표현은 열렬한 동의를 얻었다.

p159 '그렇다. 성스러움이라는 것이 온갖 습관의 총체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p172
"네." 타루가 끄덕거렸다.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선생님이 말하는 승리는 언제나 일시적인 것입니다. 그뿐이죠."
리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언제나 그렇죠. 나도 알고 있어요. 그러나 그것이 싸움을 멈추어야할 이유는 못됩니다."
"물론 이유는 못 되겠지요. 그러나 그렇다면 이 페스트가 선생님에게는 어떠한 존재일지 상상이 갑니다."
"알아요." 리유가 말했다. "끝없는 패배지요."
중략
"그 모든 것을 누가 가르쳐 드렸나요. 선생님?"
대답이 즉각적으로 나왔다.
"가난입니다."

가난이 리유를 계속된 패배에 맞설수 있는 가르침을 준 것 같아서


p173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정말이지. 그런데 당신은 대체 무엇을 알고 계신지요?"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 같은 권위를 가진 사람이라도 정확이 모를 수 있다.

p216  즉, 이 모든 일은 영웅주의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것은 단지 성실성의 문제입니다. 아마 비웃음을 자아낼 만한 생각일지도 모르나,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

p237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들은 감정의 메마름 때문에 괴로워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p238 불행은 바로 그 점에 있는 것이며, 또 절망에 습관이 들어 버린다는 것은 절망 그 자체보다 더 나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p239 왜냐하면 모든 생이별당한 사람들이 그러한 상태에 이르렀던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가 같은 시각에 거기에 도달했던 것은 아니고, 또한 일단 그 새로운 심리 상태 속에 자리를 잡았다가도 섬광과 같은 명징함이나 미련이나 급격한 각성 등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이 더 싱싱하고 더 고통스러운 감수성을 되찾기도 했다는 것을 덧붙여 두어야겠다.

p251 그러나 그는 살려 주기 위해서 거기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격리를 명령하기 위해서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p253 그들은 결국 요행에 운명을 걸고 있었던 셈인데, 요행이란 누구도 바랄 수 없는 것이다.

p270 소독기에서 흡수성 가제로 만든 마스크 두 개를 꺼내서, 랑베르에게 그 중 하나를 내밀며 쓰라고 말했다. 신문기자는 그것이 무엇엔가 쓸모가 있느냐고 물었다. 타루는, 아무 쓸모도 없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믿음직한 느낌을 주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p291 그래도 모든 일에는 언제나 취할 점이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는 진실이다. 가장 잔인한 시련조차도 기독교인에게는 역시 이득이 되는 법이다.

p292 그 어린애를 기다리는 영생의 환희가 능히 그 고통을 보상해 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그로서는 쉬운 일이겠으나, 실상은 그 점에 대해서 자기는 전혀 아는 바 없다는 것이었다.
:

#클라우스슈밥의제4차산업혁명더넥스트
#더넥스트
#클라우스슈밥
#김민주
#이엽
#새로운현재

생각보다 책이 참 재미가 없었는데, 격변하는 기술에 비해 행정과 민간부문과 시민사회는 한참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들이 잘 협치해야 부작용없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간다는 이야기 같음.
특히나 제로섬 마인드를 탈피하는 것이 우선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이 제로섬 마인드는 기업들이 탈피해야할 마인드 같음.
요 제로섬 마인드에 매몰돼 있으면 협치 보다는 규모의 경쟁을 하려고 할테니, 그렇다면 신흥국들은 다 죽는 결과를 초래함.
거버넌스라는 단어를 알게해준 책으로 만족하기로.

거버넌스:해당 분야의 업무르 관리하기 위해 정치.경제 및 행정적 권한을 행사하는 국정 관리 체계를 의미. 사회 내 다양한 기관이 자율성을 지니면서 함께 운영에 참여하는 변화 통치 방식으로, 다양한 행위 자가 통치에 참여.협력하는 점을 강조해 '협치'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오늘날의 행정이 시장화, 분권화, 네트워크화, 기업화, 국제화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행정 이외에 민간 부문과 시민사회를 포함하는 다양한 구성원 사이의 네트워크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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