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2019. 6. 12. 08:00

 #그리스인조르바
#니코스카잔차키스
#이윤기

카잔차키스의 영혼에 깊은 골을 남긴 사람이 호메로스, 베르그송, 니체, 조르바란다.
이 조르바란 인물은 실존 일물로 카잔차키스에게 영혼의 골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영향을 준 사람인 것.
내가 평생 책을 읽어도 깨닫지 못한 경지를 그는 단숨에 도달했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조르바란 인물은  질곡 많은 삶을 통해 어떤 경지에 오른 사란인 듯.
그의 언어와 행동이 투박할지라도 다듬어진 지식인보다 진리에 가까운 말과 행동을 함.
처음 섹스를 한 날, 하나님이 나에게 천국을 허하셨구나 라고 고백한 어떤 수도사 처럼 이 소설 속의 여자들은 천국과 지옥을 줄 수 있는 양면적인 존재로 그려지고 있는 듯.
고전 특유의 여성비하는 당연하고 마초적인 어떤 것이 도사리고 있지만, 시대적 특성도 있으니 거를건 거르고 보면 될 듯함.

p82 하지만, 조르바, 당신은 아무것도 안 믿는다고 하지 않았어요? 나도 대들었다.
안 믿지요. 아무것도 안 믿어요. 몇 번이나 얘기해야 알아득겠소? 나는 아무도,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오직 조르바만 믿지. 조르바가 딴 것들보다 나아서가 아니오. 나을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요. 조르바 역시 딴 놈들과 마찬가지로 짐승이오! 그러나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 내가 아는 것 중에서 아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조르바뿐이기 때문이오

p401 조르바, 내 말이 틀릴지도 모르지만, 나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소위, 살고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돈 벌고 명성을 얻는 걸 자기 생의 목표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또 한 부류는 자기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인류의 삶이라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그걸 목표로 삼는 사람들이지요. 이 사람들은 인간은 결국 하나라고 생각하고 인간을 가르치려 하고, 사랑과 선행을 독려하지요. 마지막 부류는 전 우주의 삶을 목표로 하는 사람입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나무나 별이나 모두 한 목숨인데, 단지 아주 지독한 싸움에 휘말려 들었을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요. 글쎄, 무슨 싸움일까요?.......물질을 정신으로 바꾸는 싸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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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영어독서법
#외국어뇌
#오도리미소짱의영어그림책육아

[도서관 영어독서법]에서 건진 건 영어그림책의 내용을 연극으로 꾸며서 아이와 함께 해보라는 것.
대사가 길면 간단하고 짧게 고쳐서  해보라는 것.
괜찮은 방법인 것 같아서 시도해봐야할 듯.
그리고 영어책과 한글책 같이 나온 것을 고집하지 말라는 것.
오히려 번역된 것과 원문을 같이 보여주면 역효과 날 수 있다함.

[외국어 뇌]에서 얻은 팁은 영어 책을 읽을때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하면서 읽으면 문장이 기억에 더 잘 남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 것.
영어책도 독후감을 우리말로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함.
우리말로 제대로 못쓰는데, 영어로 잘쓸 수 없기때문.
제2 외국어도 영어로 배우면 빨리 습득하고 언어감각을  발달 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함.
틀린말을 해도 그 자리에서 바로 고쳐주면 주눅들어서 언어가 늘지 않는다고함.
결국 외국어뇌는 어떤 언어던지 빨리 습득할 수 있는 언어감각을 키워주는게 핵심.

[오도리 미소짱의 영어 그림책 육아] 이 책은 알던 내용이라 새롭진 않지만, 어릴때부터 체계적으로 했으면 우리 아이들이 더 빨리 언어를 습득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나에게 부족한 것.
바로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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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오웰 1984

2019. 5. 22. 08:37


#조지오웰_1984
#정희성
#민음사

존재는 무엇일까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해준 책.
역자가 말했 듯 이 책은 전체주의라는 거대한 지배 시스템 앞에 놓인 한 개인이 어떻게 저항하다가 어떻게 파멸해 가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임.
전체주의 뿐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체제, 조직에 적용해도 될 정도로 탁월함.
난 이 책을 읽으며 특히 존재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음.
인간은 실체가 없지만, 존재한다고 믿는 것을 위해 여러가지 행위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임.
내가 믿고 모든 사람들이 믿는다면 그 사상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게 됨.
그래서 결국 종교는 위험하다 라는 생각에까지 닿았음.  ㅋㅋ(그래서 종교가 머릿수 싸움을 하는 거겠지..)
마지막에 주인공이 마음속으로부터 모든 사상이 바뀐 것 처럼 연기하다가 총살당하는 순간 모든 증오를 쏟아 붓고 죽는 순교자컨셉을 계획했지만, 보기좋게 실패함으로서 개인이 얼마나 무기력하고 나약한 존재인지 처절하게 느끼게 해줌.
 한낱 자신의 생각조차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개인의 생각까지 통제하는 사회가 존재한다면 소름끼친다고 생각되지만, 요즘 스마트기기 시대가 좀 그렇게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내 생각이 진짜 내 생각이 맞는 건지, 존재하는건 실체가 있긴한건지 다시 생각해보게 해준 책임.


p52 그런데 이런 지식이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바로 그의 의식 속에, 여차하면 완전히 지워져 버릴 그의 의식 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만일 사람들이 당의 거짓말을 믿는다면 -그리고 모든 기록들이 그렇게 되어 있다면- 그 거짓말은 역사가 되고 진실이 되는것이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p59 그때 그때의 필요에 맞지 않는 기사나 의견은 기록에서 영구히 삭제되었다. 말하자면 모든 역사는 필요에 따라 깨끗이 지우고 다시 고쳐 쓰는 양피지 위의 글씨와도 같은 것이다. 일단 그 모든 과정이 완료되면, 어떤 경우에도 거기에 허위가 섞여 있다고 주장할 수도, 증명할 수도 없었다.

p60 윈스턴은 풍요부의 숫자를 재조정하면서, 이런 일은 사실상 위조라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난센스를 또 하나의 난센스로 바꾸는 것에 불과하다.

p69 한 시간 전만 해도 생각조차 못했던 오갈비 동무의 존재는 이제 사실로 굳어졌다. 죽은 사람은 만들어낼 수 있지만, 산 사람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묘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p209 사임은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는 과거에도 존재한 적이 없는 인물이다.

p356 옛날 전제군주의 명령은 '너희들은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식이었고, 전체주의자의 명령은 '너희들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이었지만, 우리의 명령은 '너희들은 이렇게 되어 있다.'는 식이네.

p368 독일의 나치와 소련의 공산당은 그 수법에서는 우리와 매우 흡사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권력에 대한 동기를 인정할 만한 용기가 없었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한시적으로만 권력을 장악하겠다고 약속하고는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 수 있는 낙원이 도래할 것이라고 꾸며댔지.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믿기까지 했네. 우리는 그들과 다르네. 누구든 권력을 장악하면 그것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 법이지. 권력은 수단이 아닐세. 목적 그 자체이네. 혁명을 보장하기 위해서 독재를 행사하는 게 아니라 독재를 하기 위해서 혁명을 일으키는 걸세.

p370 "우리는 정신을 지배하기 때문에 물질도 지배할 수 있네. 실제란 머릿속에 있지.

p372  인간의 정신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신념.

p389 오브라이언이 마루 위를 둥둥 떠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고, 윈스턴 자신도 그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일은 일어나는 것이다.

p393 만약 비밀을 간직하려고 한다면 자신에게도 그것을 숨겨야 한다는 사실을 그는 비로소 깨달았다.

p394 이단적인 사상은 영원히 그들의 손에 미치지 않는 곳에 있어 벌을 받지도, 회개를 강요당하지도 않으리라. 결국 그들의 완벽성에 하나의 구멍이 뚫리는 셈인데, 마지막까지 그들을 증오하면서 죽는 것, 이것이 바로 자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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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메이션

2019. 4. 29. 19:37

#인포메이션
#information
#동아시아
#제임스글릭
#james_gleick
#박래선_김태훈


정보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무얼 봐도 무기력한 지금.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돼도 무감각해지는구나를 체감하는 지금, 정보의 발달과정을 방대한 분량으로 엮은 책을 보게 되었음.
밑은 감수자의 글을 발췌하였음. 너무 정리를 잘한관계로..

저자는 '정보'를 세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며 이에 대한 답을 구해간다. 역사, 이론, 홍수가 그것이다. 저자는 아프리카의 북소리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고는 정보의 역사를 찾아 상형문자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문자의 발명, 인쇄술의 발달,전신의 발명, 등 정보의 전달 매체보다 정보를 기호화하는 방법에 주목한다.
괴델, 듀링, 섀넌과 같은 정보과학의 대가들의 생각은 하나로 수렴한다. 세상의 모든 사고와 논리는 정보처리에 불과하며, 정보는 수로 나타낼 수 있다. 결국 사고와 논리는 계산이고, 계산은 알고리즘이다. 그렇다면 기계가 그것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제대로 구현된 것이 바로 전자시대의 컴퓨터이다.
21세기의 일반인에게 정보는 홍수이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 많은 정보를 개인이 열람할 수 있었던 적은 없었다. 인류역사상 이렇게 빠른 속도로 정보가 전달된 적도 없었다. 문자, 인쇄술, 전신, 컴퓨터의 발명이 그랬듯이 우리는 정보의 입장에서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p22 1967년 마셜 매클루언 "음식 채집자이던 인류가 어울리지 않게 정보 채집자로 재등장했다."

p80 "마음에는 사전이 없다는 것, 사전편찬은 언어가 만들어지고 한참 후에 이뤄졌다는 사실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옹

p117 인터넷은 이전의 인쇄기, 전신기, 전화기처럼 그저 정보 전달 방식을 바꿈으로써 언어를 변화시키고 있다. 사이버공간이 이전의 모든 정보기술과 다른 점은 규모가 크든 작든 간에 차별 없이 뒤섞고, 수백만 명에게 퍼트리고, 소규모 집단에 내보내며, 일대일 채팅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연산기계의 발명이 낳은 예상 밖의 결과였다. 처음에 연산기계는 수와 관련된 것으로 여겨졌다.

p193 한 세기가 지나 민간의 메시지 전달을 상상할 수 있는 때가 되어서도 몇몇 정보는 달가워히지 않았다. 프랑스는 기업가들이 민간 전신망을 조직하려고 하자 즉시 금지했다.

p267 회사 에서 여자 교환수들에게 소년 교환수들만큼 적은 혹은 그보다 더 적은 급여를 준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중략) 전화 교환기는 다른 신기술인 타자기와 함께 여성의 화이트칼라 노동시장 진출을 촉진했다.

p295 일상 언어에서 잉여성은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

p409 도킨스는 이타주의를 설명하는 것에 일부 목적이 있었다. 다시 말해서 개체가 최선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다.

p546 이는 오늘날 역사학자들이 처한 곤경에 대한 오독이다. 현재의 어려움은 기억상실증의 엄습이 아니라 이전의 어떤 세대들이 경험한 것보다 더 완벽해진 기억 능력에서 기인한다. 망각이 아닌 안정적인 기억 회복, 기억상실이 아닌 기억의 축적이 현재의 난국을 초래했다.

p548 "계속 늘어나는 끔찍한 양의 책이 초래할지도 모르는" 야만으로의 회귀를 우려했다. "결국 무질서는 거의 극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포프는 "그때, (신의 섭리가 식자들의 죄에 대한 천벌로 인쇄의 발명을 허락한 이후) 종이는 너무나 싸지고 인쇄업자들은 너무나 많아져서 저자들의 홍수가 땅을 뒤덮었다"라고 비꼬았다.
(중략)
말에 대한 지식은 주지만, 침묵에 대한 지식은 주지 않으며, 글에 대한 지식은 주어도, 말씀에 대해서는 무지하게 만드네. 우리의 모든 지식은 우리를 더 무지하게 만들고, 우리의 모든 무지는 우리를 죽음으로 이끌어 가지만, 죽음에 가까워진다고 해서 하느님께 더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네.

p549 '정보이론'이 등장한 이후 '정보 과부하', '정보 과잉', '정보 불안', '정보 피로'가 등장했다. 2009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이 시대에 알맞은 증후군으로 '정보 피로'를 등재한다.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됨으로써 나타나는 무감각이나 무관심 혹은 정신적 소진, 특히 (최근 용례에서) 미디어나 인터넷 혹은 일에서 접하는 과도한 양의 정보를 소화하려는 시도가 초래하는 스트레스." 때로 정보 불안은 지루함과 공존하면서 특히 혼란스러운 조합을 이룬다.

p557 "충만의 자리에 불안이 들어서고 갈망과 불쾌의 중독적인 주기가 형성된다. 한 경험이 시작되자마자 다른 것에 대한 생각이 끼어든다." 풍요로움의 낭패, 정보는 지식이 아니며, 지식은 지혜가 아니라는 것을 또다시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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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2019. 4. 29. 18:43

#호밀밭의파수꾼
#The_Catcher_in_the_Rye
#J_D_Salinger
#제이디샐린저
#민음사
#공경희

읽는 내내 주인공이 짜증나서 '미친놈 아냐?'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진짜 민친놈이었음.
심지어 맨 뒤에 작품해설도 없어.
그거만 기대하며 읽었건만.
#죽고싶지만떡볶이는먹고싶어 의 1950년 버젼이랄까.
뭐 이런 공감가는 상황이나 비슷한 심리 상태의 사람들이 보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긴 했음.
책 중간에 주인공이 호밀밭에서 지키고 있다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지지 못하게 도와주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래서 이 책 제목이 호밀밭의 파수꾼인 것 같음.
순수한 어린이의 세계를 지켜 주고 싶은 것과는 반대로 주인공은 더러운 어른들의 세계를 일부 경험해 보면서 타락의 일로로 들어서게 됨.
읽으면서 작가가 자기 이야기를 쓴 것이 아닌지 의심했음.

p111 상류층이 아니면 상대도 하지 않는 그 인간처럼 음악도 그렇게 들릴 때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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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2019. 4. 18. 08:24

#연인
#마르그리트뒤라스
#김인환
#민음사

어릴때 야하다고 소문난 영화로 기억하고 있음.
15살 반의 어린소녀(프랑스)가 우리나라 나이로는 17~18세 정도겠지만, 12살 연상의 중국인 부자와 육체관계에 탐닉하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겠음.
그렇지만, 묘하게 읽고 있으면 그 소녀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음. 작품해설에서 주인공과 동일시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더니 진짜 그런 느낌을 받았음.
내 딸이 주인공처럼 행동한다면 기함할 노릇이겠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뭐가 그렇게 큰 일일까 싶기도함.
오히려 그런 슬픈 어린시절과 억압이 뒤라스라는 작가를 만들었지 않나 생각함.
평탄하게 사랑만 받으며 지지받고 자랐다면, 다른 풍의 작가가 되었겠지 싶음.
40세 연하 애인의 품에서 숨을 거뒀다는데, 이 작가의 끝도 남다르구나 했음.

p57 나는 항상 얼마나 슬펐던가. 내가 아주 꼬마였을 때 찍은 사진에서도 나는 그런 슬픔을 알아볼 수 있다. 오늘의 이 슬픔도 내가 항상 지니고 있던 것과 같은 것임을 느꼈기 때문에 , 너무나도 나와 닮아 있기 때문에 나는 슬픔이 바로 내 이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나는 그에게 말한다. 이 슬픔이 내 연인이라고, 어머니가 사막과도 같은 그녀의 삶 속에서 울부짖을 때부터 그녀가 항상 나에게 예고해 준 그 불행 속에 떨고 마는 내 연인이라고.

p115 어찌나 수정을 심하게 했던지, 노인들의 얼굴에 그나마 남아 있던 특성들마저 희미해져 버린 것이다. 그 얼굴들은 죄다 똑같이, 부자연스럽게, 영원을 직시하고 있었다. 그들 본래의 얼굴이 지워지고 똑같이 젊게 변모된 얼굴이었다. 이렇듯 개성이라곤 없는 비슷비슷한 얼굴로, 그들은 가족 사이에 존재했었다는 기억으로 남게 된다. 이런 얼굴 사진이 그들의 개성과 실재성을 증명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서로 더 많이 닮으면 닮을수록, 같은 핏줄이라는 사실이 더 명백해진다고 여기는가 보았다.
(중략) 붉은 원피스 차림의 사진에 나타난 어머니의 모습은 바로 그 원주민들과 다름없어 보인다. 어떤이는 고상하다고 말할 것이고, 또 다른 이들은 특징이 없거나 겸손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p142 독자는 뒤라스의 작품을 통해 작가의 과거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뒤라스의 진정한 매력은 독자 자신이 과거에 느꼈던 섬세한 감정들을 되살려 준다는 데 있다. 그녀의 문장들은 독자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현장감을 주는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독자 자신과 주인공을 동일시하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뒤라스는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며 과거를 기록하지 않고, 과거에 느꼈던 감정을 마치 지금 느끼고 있는 것처럼 기술하며 작품을 이끌어간다.

p146~147 열다섯 나이에 중국인 남자와 섹스 행각을 벌이는 주인공 소녀 역시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물론 섹스만이 정신분석의 대상임을 가늠하는 기준은 아닐 것이다. 억압 구조가 있고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외곬의 길로 빠지면 우리는 정신분석학적인 관점에서 고찰할 수 있게 된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뒤라스의 가족은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병사한 작은오빠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느리게 걷는 즐거움

2019. 4. 14. 07:55

#느리게걷는즐거움
#다비드르브르통
#문신원

"걷기는 가장 우아하게 시간을 잃는 법이다."

그렇게 우아하지만은 않은것 같다.
어제 11,000보 걸었는데, 우아했어야 했다.
아무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ㅋㅋ

p36걸을 때 중요한 것은 도착 지점이 아니라 걷는 매 순간 일어나는 일, 느낌, 만남, 내면성, 유용성, 한적하게 거니는 기쁨 등 그저 존재한다는 기쁨과 그 기쁨을 느낀다는 사실아다.

그저 존재한다는 기쁨,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기뻐해 주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으니 이 말이 와닿았던 것 같다.

p59 걷기는 단순히 공간에서만 이루어지지 않고 시간도 동원되는 행위이다. 하루의 일들과 습관들로 특징 지어지는 일상의 시간이 아니라 기지개를 펴고 빈둥대며 시간표에 얽매이지 않는 시간이다. 내면의 시간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어린 시절 혹은 자기반성에 걸맞은 삶의 순간으로 돌아가기, 길을 따라가면서 지나온 삶의 모습들이 하나씩 떠오르는 회상의 순간인 걱디는 시간이 멈춘 듯한 행복한 느낌을 자아내며 길에서 마주치는 사건들에 즉흥적으로 빠져들 수 있는 가능성을 준다. 길을 걷는 사람은 자기 시간의 유일한 주인이다.

산책을 할때도 이런 마음으로 하면 자존감이 올라갈 것 같음.

p62 걷기는 빠름, 수익성, 효율성이라는 절대적인 필요성을 피할 뿐만 아니라 하등의 관계도 없다. 걷기는 시간을 버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우아하게 잃는 일이다.(중략) 그런 점에서 걷기는 20년대 포드 공장에서 단 한순간이라도 노동자들이 일을 멈추는 꼴을 용납할 수 없었던 테일러가 했던 끔찍한 말 "빈둥대기와의 전쟁"을 법으로 삼는 사회에서는 근본적인 보복이다.

p78 끔찍한 밤을 보낸 그 다음 날 시몬은 바위 위에서 뛰노는 들꿩 무리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제야 "대상 없는 최악의 두려움"때문에 초췌해졌던 간밤 이후로 비로소 마음이 놓이면서 세상과 화해하고 받아들인다.

걷기예찬이라서 집앞 마실 정도를 상상하며 읽었는데, 그런 우아한 마실이 아니라 몇백키로미터를 걷는 빡센 여정에 관한 것이었다.
그렇게 걷고도 우아하기란 쉽지 않을 터
그렇게 걷고 그 깨달음을 우아한 필치로  남겨 우아함의 극치를 이루는 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와일드"책도 생각났다.
걷기 덕후가 그 콘텐츠 만으로 책도 낼 수 있고, 뭘 하던 자기만의 철학이 있어야 하는건가 생각했음.
:

그리움을 위하여

2019. 3. 29. 16:26

#그리움을위하여
#박완서소설
#문학동네

박완서작가는 시대의 증인이 되고 싶은 욕구로 글을 쓴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소설이 전부 그 세대들이면 공감할 만한 내용이었음.
소설적 진실과 체험적 진실의 경계가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더니, 나도 이 책을 읽고 그런 체험을 한 것 같음.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기막힌 이야기 들어볼래? 로 시작해서 돌아가며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자리에 나도 함께한 것 같은 기분.
이제 그 세대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이해력의 확장을 느낀듯 만듯 그런 소설.

p6. 촌천살인도 살인이잖니?

p43 상전의식이란 충복을 갈망하게 돼 있다. 예전부터 상전들의 심보란, 종에게 아무리 최고의 인간 대접을 한다고 해도 일단 자신의 거룩한 혈통이 위태로워졌을 때면 종이 기꺼이 제 새끼하고 바꿔치기해주길 바라는 잔인무도한 것이 아니던가.

p77 우리는 그때 플라토닉의 맹목적 신도였다. 우리가 신봉한 플라토닉은 실은 임신의 공포일 따름인 것을.

p79 나는 마지못해 자리를 떴다. 쌍쌍이 붙어 앉아 서로를 진하게 애무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늙은이 하나가 들어가든 나가든 아랑곳 없으련만 나는 마치 그들이 그 옛날의 내 외설스러운 순결주의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뒤꼭지가 머쓱했다.

p82 유럽어의 철자법으로는 전혀 별 개의 카타리나인지도 모르지만 조수미의 목소리로 그 노래를 듣고 있으면 카타리나는 이국땅의 이름도 14세기의 성녀 이름도 아닌 그 여자가 경험해보지 못한 삶의 몽롱한 비밀이 스며 있는 이름이 되었다.

p118 흔해빠진 것과의 긴장감을 게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도 언니들은 있어야 했다. 아무리 없는 것 없이 살면 무엇하나. 그걸 보고 대견해하거나 샘을 낼 부모 형제가 없는데.
:

#부모의말이바뀌면자녀의인생이바뀐다
#아나운서원기범
#바이펍

성경에 대한 이야긴줄 알았음.
성경구절을 많이 인용했음.
배움이 됐던 몇가지를 적자면,
여자와 남자의 가장 크게 대별되는 특징이 여자는 관계를 확인하는 대화를 하고 남자는 상하를 확인하는 대화를 한다는 점.
여자의 대화가 대부분 침목 목적인데 반해 남자의 대화는 상하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대화라는 것.
그래서 아내는 동등한 입장에서 한 말도 남편은 자기를 아래에 두려고 한다고 생각해서 방어적으로 나온다고 함.
그래서 여자는 공감해 달라고 한 말에 남자는 해결책을 제시하게 된다고 함.
대화가 산으로 가지 않게 하려면, 이런부분을 잘 캐치해야 겠음.
그리고 또 한가지는
메타언어를 직접 말로 하라고 함.
예를 들어 "넌 왜 이렇게 맨날 늦게 일어나니? 이게 다 사랑해서 하는 소리야. 남이 이런말 해주디?" 라고 말할 때 학교에 늦을까봐 걱정되서 하는 소린데 잔소리로 들릴 수 있고, 아이들이 엄마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
그럴때는 원래 그 말을 했던 목적을 직접 말로 하면 된다고함.
늦게 일어나서 학교에 늦을까봐 걱정 돼.
이것도 연습 많이해야 잘할 수 있을 것 같음.
마지막 또 하나는 웃어른도 칭찬해 줘야 한다는 점.
웃어른을 칭찬할 때는 평가하는 말을 쓰면 역효과라고함.
예를 들면 "이런 귀한 말씀 해주셔서 저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라는 식으로 상대를 높이면서 칭찬하면 좋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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